무도비즈니스타임즈 안병철 기자 |
태권도 대회, ‘누구를 위한 무대’인가 다시 물을 때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무예인 태권도는 오늘날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자리잡으며, 세계 곳곳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 수십 년간 이어진 지도자와 선수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경제 불황과 저출산이라는 거센 바람 속에서도 태권도는 여전히 우리 사회와 세계 체육 무대에서 중요한 위상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국내 태권도계의 ‘대회 문화’는 지금 변화가 필요한 기로에 서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대회가 급증하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아이들의 도전 기회가 늘어난 듯 보이지만, 정작 참가율은 저조하다. 태권도 겨루기는 부상 위험 때문에 지도자와 학부모가 꺼리고, 아이들은 태권도 품새나 줄넘기 대회로 몰린다. 결국 대회는 실력을 갖춘 소수의 엘리트 선수들을 위한 장으로 고착되고 있고, 경쟁이라는 본질은 남았지만 ‘문화’로서의 의미는 점점 퇴색하고 있다.
이쯤에서 우리는 한 번쯤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과연 지금의 대회들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과연 모두에게 좋은 대회인가. 발차기도 아직 어색하고, 품새를 완벽히 외우지 못하는 친구들에게도 문이 열려 있는가. 대회에 참여했다가 입상하지 못한 아이가 쓸쓸히 돌아서는 모습을 본 부모들은 다시는 대회를 권하지 않는다. 멀리서 온 가족에게 남는 것은 허탈감뿐이고, 이는 지도자에 대한 신뢰에도 상처를 남긴다.
태권도가 생활체육으로 더 넓게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대회 문화가 필요하다. 경쟁과 승부를 넘어, 참가자 모두가 성취감을 얻고 돌아갈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야 한다. 맨발 걷기, 마라톤, 철인 3종 경기 같은 생활밀착형 도전 프로그램을 태권도 문화 안에 접목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참여하고, 누군가를 이기기보다 ‘어제의 나’를 이기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태권도 종주국이다. 우리는 태권도를 통해 세계에 선한 영향력을 전할 책임과 자격이 있다. 엘리트 체육 중심의 대회만이 아닌, 모든 아이들에게 열려 있고 가족이 함께하며 참가자 모두가 성취를 맛볼 수 있는 새로운 대회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지금이 바로, 태권도 대회의 방향을 다시 생각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