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비즈니스타임즈 안병철 기자 |
“태권도는 결국 나를 이기는 싸움”
태강원·청지회 강익필 사범 인터뷰
태권도의 본질에 대하여
2025년 무더위가 한창이던 8월의 어느 오후, 서울 강서구의 한 도장을 찾았다. 오후 2시, 전국 태권도장에서 수련이 막 시작될 시간. 그곳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며 세계적으로도 귀감이 되는 태권도의 살아 있는 레전드, 강익필 사범이 있었다.
태권도에 대한 그의 몰입과 열정은 단순한 애정을 넘어선다. 그 모습은 마치 평생을 태권도에 바쳐온 장인의 ‘덕후’적 집념과도 같았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태권도가 단순한 무도가 아니라 시대와 세대를 넘어 더욱 깊이를 더하고, 한국 사회와 세계 무대에서 빛나는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 순간, 앞으로 대한민국과 태권도의 미래는 분명 밝으리라는 확신이 가슴 속에 자리잡았다.
주차를 마치고 수십 년의 역사를 품은 건물 앞에 서자, 아담하면서도 단단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곳에는 오랜 세월 태권도와 함께 걸어온 강익필 사범의 모습이 담겨 있는 듯했다. 1층에서 2층 메인 수련관까지 이어진 공간은 정갈하고 깔끔하게 정돈되어, 도장의 품격과 정신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사범님께 인사를 드린 뒤 곧바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태권도를 화두로 한 대화는 무려 두 시간에 걸쳐 이어졌고, 그 시간은 기대와 설렘이 현실이 되는 값진 순간이었다.
“태권도가 뭐냐”는 질문에 강익필 사범은 망설임 없이 “나를 이기는 싸움”이라고 답한다. 그는 태권도의 기본 수련법인 품새를 강조한다. “겨루기가 상대를 속이고 점수를 따내는 과정이라면, 품새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발견하고 끊임없이 고쳐 나가 완성에 이르는 길”이라고 설명한다.
품새는 단순한 동작의 반복이 아니다. 모양 → 뜻 → 실용 → 자련 → 완성이라는 5단계를 거치며, 마지막 완성은 “자신을 극복했을 때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경지”라고 그는 말한다. 이처럼 태권도는 단순한 승부가 아니라, 내면을 단련해 가는 철학적 수련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태권도와의 인연
강 사범이 태권도를 처음 만난 것은 여섯 살 무렵이었다. 아버지께서 태권도를 지도하셨기에 자연스레 발을 들였다. “초등학교 때는 좋아서 했지만, 중·고등학교 때는 아버지께 혼날까봐 억지로 하기도 했다”는 그의 솔직한 회상 속에서 태권도와 함께한 긴 여정이 드러난다.
전환점은 대학 시절이었다. 그는 태권도의 역사와 철학을 다룬 책들을 접하면서 “과연 태권도의 뿌리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품게 되었다. 이후 국기원을 비롯한 수많은 현장을 찾아다니며 태권도의 기원과 본질을 탐구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 길 위에 서 있다.
태강원과 청지회
강익필 사범은 제자를 단순히 “학생”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스승과 문화생”이라는 개념을 강조한다. 문화생은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존재가 아니라, 스승의 철학과 정신을 온전히 전수받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 속에서 태강원은 생활체육과 전문 교육을 아우르는 장기적인 수련 체계를 구축하며 성장해왔다.
또한 그는 태권도의 정신을 맑게 이어가기 위해 청지회를 설립했다. 청지회는 단순한 품새 단체가 아니라,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교재 개발과 교육 커리큘럼 보급을 통해 태권도의 미래를 준비하는 공동체다. 강 사범은 “청지회는 항상 선구자가 되어야 한다.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쫓아오게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태권도장의 미래와 교육 철학
강 사범은 태권도의 “위기” 담론을 오히려 기회로 본다. “과거에도 도장이 많아도 위기라 했고, 지금은 줄어도 위기라 한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교육의 질이다.”
그는 앞으로의 도장이 반드시 데이터 기반의 교육과 체계적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브레인 태권도, 생체역학적 지도, 자세 교정 등 과학적 근거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도자가 공부하지 않으면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그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미래의 태권도는 철저히 교육학적, 과학적 근거 위에서만 지속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태권도의 보배, 강익필 사범
강 사범의 도장은 단순한 체육관을 넘어, 잘 정리된 교육 시스템과 온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도장으로 자리잡았다. 이는 단순히 태권도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삶의 철학과 수련의 가치를 전하는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는 태권도의 역사를 연구하고, 현장의 교육을 실천하며, 교재 집필을 통해 후학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왔다. 이 과정 속에서 강익필 사범은 단순한 지도자가 아니라, 대한민국 태권도계의 소중한 보배이자 교본 역할을 하는 리더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