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비즈니스타임즈 안병철 기자 |
어느 시대든 리더는 많았지만, 진짜 지도자는 드물었다.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단지 ‘앞에 서는 자’가 아니라, 앞서 더 깊이 고민하고, 더 높이 바라보며, 더 낮게 행동하는 자임을 뜻한다. 태권도를 지도하는 사범의 역할은 단순한 기술 전수가 아니다. 도복을 입고 도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사범은 삶의 철학자이자 교육자이며, 공동체의 정서를 이끄는 리더다. 그러나 ‘앞에 선다’는 것이 언제나 자격을 의미하진 않는다. _“당신이 그 자리에 서도 되는가?”_라는 질문은 날마다 자신에게 던져야 하는 질문이다. 바로 그 질문에 정직하게 답할 수 있는 길이 책을 읽는 일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 – 선생을 만드는 선생
공자(孔子)는 이렇게 말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문’을 단지 암기나 지식으로 보지 않았다. 배움과 익힘을 반복하면서 자신을 성찰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되는 것. 그것이 진정한 공부다.
태권도 사범도 마찬가지다. 품새, 겨루기, 낙법… 수많은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속에 담긴 무도의 정신, 즉 인내와 존중, 절제와 배려를 깨닫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정신은 어떻게 전해지는가? 오직 깊은 사유와 독서를 통해 내면화될 수 있다. “지식은 무기를 날카롭게 하고, 지혜는 그 무기를 들 이유를 알려준다.” 어떤 이는 뛰어난 태권도 실력으로 사범이 되지만, 지도자로서 존경을 받지는 못한다. 그것은 그가 검은 띠는 가졌지만, 검은 글(책)의 힘은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스승들과의 만남 – 독서의 힘
책은 위대한 선생님들의 정신이 눌어붙은 공간이다.
수세기를 건너온 성현들의 지혜,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인류의 정신을 일군 선배들의 흔적이 글자마다 남아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내가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시 생각하라. 나는 세상을 위해, 공동체를 위해 존재한다.”
그는 로마의 황제였지만 매일 밤 스스로를 반성하며 글로 자신의 마음을 정리했다. 왜 지도자는 책을 읽어야 하는가? 매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제자를 만나도, 지도자는 늘 새로운 눈으로 사람을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어제의 연장선이지만, 그 마음가짐은 매일 새로워야 한다. 독서는 그 마음을 날마다 새롭게 만들어준다.
무도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무덕(武德)’과 책의 관계
무술을 가르치는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보다도 무덕(武德)이다. 무덕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힘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아는 지혜다.
고대 인도의 『바가바드 기타』**는 이렇게 가르친다.
“네가 싸워야 할 때 싸우지 않으면, 그 죄는 단검을 쥔 자보다 크다.”
이 말은 무조건 싸우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때와 상황, 정의와 도리를 분별할 줄 아는 내면의 판단력, 그것이 지도자의 무기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 판단력은 단련된 몸이 아니라 단련된 정신, 그 중에서도 ‘사색의 근육’을 통해 길러진다. 책은 그 사색의 도구다.
현장 속의 적용 – 책을 읽는 사범은 이렇게 달라진다
책을 읽는 지도자는 말투가 다르다. 말의 무게가 있고, 대화에 여백이 있다.
책을 읽는 지도자는 훈육이 다르다. 꾸짖을 줄 알지만 모욕하지 않고, 인내하면서도 느슨하지 않다.
책을 읽는 지도자는 태도가 다르다. 제자에게 엄격한 만큼 스스로에게 더 엄격하다.
“아이들이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아이처럼 멈춘 건 아닌가?”
이 질문 앞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지도자는 늘 배우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지도자 스스로의 변화가 진짜 교육의 시작
넬슨 만델라는 이렇게 말했다.
“교육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그러나 진짜 교육은 타인을 바꾸기 전에, 스스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도장의 바닥이 닳도록 가르쳐도, 책 한 권 읽지 않는다면 그 가르침은 얇고 짧다. 반대로, 책을 읽고 자신을 성찰하는 지도자는 도장에서 말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제자에게 감동을 준다.
맺음말 – 책장을 넘기는 지도자, 세상을 넘어서다
지도자는 매일 자기 자신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그 길은 고독하고, 끝없는 의문으로 가득하지만, 바로 그 여정에 동행해줄 수 있는 것이 책이다. 책을 읽는 지도자만이, 오늘을 넘고 내일을 이끄는 진짜 리더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