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3 (금)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기획뉴스

신도시 태권도장 전쟁터, 아이들이 사라진 도장의 생존 전략은?

저출산과 신도시 집중 현상 속, 구도심 도장의 몰락과 과밀 경쟁의 그림자. 아이들의 교육과 안전까지 위협하는 무분별한 도장 창업의 실태와 해법을 조명한다.

무도비즈니스타임즈 안병철 기자 |

[기획특집]신도시 태권도장 전쟁터, ‘아이를 향한 교육’인가 ‘아이를 둘러싼 생존경쟁’인가

 

"요즘 태권도장을 연다는 건, 전쟁터에 맨몸으로 뛰어드는 겁니다."
경기도 양주시의 한 구도심 태권도장 관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는 10년 가까이 지역에서 도장을 운영해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태권도장을 떠나는 아이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없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신도시가 생겨났고,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모두 그곳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신도시로 쏠리는 인구… 남겨진 구도심 도장들의 고사

 

지난 10년간 수도권과 광역시를 중심으로 신도시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신규 아파트 입주와 함께 학령기 자녀를 둔 가구들이 대거 이동했다. 특히 검단시,세종시, 평택 고덕, 동탄2, 김포 한강, 양주 옥정 등은 인구 증가율이 높은 대표적 신도시로 꼽힌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기존 구도심의 도장들은 수련생 급감과 수익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한 자치구 내에서는 3년 새 도장 수는 그대로인데 수련생 수는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보고도 있다.

 

반면 신도시로 몰리는 태권도장 창업자들로 인해, 과밀화 경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예를 들어 동탄2 신도시 A초등학교 인근에는 반경 500미터 안에 11개의 태권도장이 위치해 있다. 초등학교 한 곳당 학급 수가 한정된 상황에서, 실질적인 수요는 제한적이고 공급은 과잉인 셈이다.

 

⚠ 경쟁 심화 속 드러난 ‘무리한 운영’과 안전 사각지대

 

이러한 구조는 결국 도장의 무리한 운영과 안전 사각지대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양주시에서 발생한 5세 아동의 태권도장 내 사고 사망 사건은 그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해당 도장은 최근 신도시에 새로 개원한 곳이었고, 입소 경쟁을 위해 파격 할인과 대규모 수련 인원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 도장 운영자의 부주의와 관리 소홀로 인한 인재로 밝혀졌습니다.

 

관계 당국은 사고 이후 유아 체육시설의 안전관리 강화를 예고했지만, 근본적으로는 도장 간 과잉 경쟁 구조가 만들어낸 비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권분석 없이 ‘되는 줄 알고’ 진입하는 창업자들

 

신도시 창업은 인구 유입이 많다는 이유로 선호되지만, 많은 창업자들이 상권 분석 없이 무계획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는 곧 지속 불가능한 출혈 경쟁경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도시 상권 진입 시 반드시 아래 요소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반경 1km 내 유소년 인구 대비 도장 수 및 밀도

  • 인근 초·중·고의 통학경로 연계성

  • 아파트 입주 시기 및 전입세대 추세

  • 지역 커뮤니티 반응(맘카페, 지역 SNS 채널 등)

  • 기존 도장들의 운영 방식 및 가격 구조

  • 경쟁 도장 대비 차별화된 프로그램의 유무

 

하지만 현재 다수의 창업자들은 ‘아이들 많겠지’, ‘다른 도장도 하니까 나도’라는 안일한 판단으로 진입하고 있다.

 

위기 속 대안: 태권도장의 ‘복합 플랫폼화’

 

이제 태권도장은 단순히 ‘운동시키는 공간’을 넘어, 놀이·돌봄·교육이 결합된 복합 공간으로 진화해야 할 시점이다. 수련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매출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 태권도 + 줄넘기 + 뉴스포츠 + 생활체육 융합반 운영

  • 프리미엄 키즈카페형 도장으로 부모 휴식 + 아이 놀이를 결합

  • 돌봄기능 포함형 도장으로 방과 후 수요 흡수

  • 주말 가족 프로그램과 부모 대상 교육 및 커뮤니티 확장

  •  

실제 일부 도장들은 ‘키즈 스포츠 복합센터’, ‘학원형 태권도+영어 교육 통합 모델’ 등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가격 경쟁이 아닌 콘텐츠 경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전문가의 제언

 

태권도 산업 컨설턴트 박OO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의 태권도장은 더 이상 기술을 가르치는 곳만이 아닙니다. 아이와 부모의 삶을 함께 돌보는 서비스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신도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도장’이 아닌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만들어야 합니다.

 

결론: 아이들을 위한 공간은 아이들의 안전과 성장을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무분별한 창업과 과밀 경쟁은 결국 아이들과 학부모, 그리고 관장 모두에게 고통을 준다.
‘누가 더 싸게, 누가 더 많이’가 아닌 ‘누가 더 안전하게, 누가 더 의미 있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금 태권도장이 서 있는 길목은, 단순한 창업이 아닌 ‘교육과 돌봄의 철학’을 갖춘 경영자의 시대로 나아가는 변곡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