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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경영뉴스

“시로 열린 외교, 기술로 이어진 미래 — 경주 APEC에서 한국이 세상의 중심에 서다”

문화의 품격과 기술의 힘이 만난 자리,
시 한 구절이 외교의 문을 열고 26만 GPU와 잠수함 협력이 미래를 연결하다.

무도비즈니스타임즈 안병철 기자 |

 

시로 열린 외교, 기술로 이어진 미래 — 경주 APEC, 한국이 세상의 중심에 서다

 

2025년 가을, 경주는 고요한 도시에서 세계의 중심이 되었다.


APEC 정상회의가 열린 이곳에서 한국은 더 이상 주변의 조력자가 아닌, 국제사회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정치·경제·기술은 물론 문화적 상징까지, 이번 회담은 한국의 다층적 영향력을 보여준 무대였다. 이번 APEC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단연 정상 간의 대화 속에서 ‘시(詩)’가 등장한 순간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고전을 인용하며 회담의 서두를 열었다. 그의 언어에는 협력과 신뢰, 그리고 문명의 깊이를 전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이에 여러 정상들이 문화적 코드로 화답했고, 그중 시진핑 주석은 신라의 대문장가 최치원의 시 〈범해(泛海)〉 중 “掛席浮滄海 長風萬里通(괘석부창해 장풍만리통)” — “돛을 달고 푸른 바다에 떠 있으니, 긴 바람이 만 리를 통하네”
라는 구절로 응답했다. 

 

시 한 구절이 세계 정상들의 회담장에서 울려 퍼진 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아시아의 고전과 철학이 다시금 세계 정치의 언어로 소환된, 문화외교의 부활이자 문명 간 대화의 복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APEC은 문화적 상징에만 머물지 않았다. 한국은 미국의 엔비디아에서 26만 개 GPU 지원을 포함한 글로벌 AI 인프라 협력안을 제안받아 단숨에 AI역량 세계3위로 도약가능해졌고, 기후기술, 반도체 공급망, 그리고 해양 안보 협력에 대한 실질적 논의도 주도했다.
 

특히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소식과 캐나다의 80조 원 규모 잠수함 프로젝트 참여 논의는 한국이 기술과 방위산업 양쪽에서 동시에 신뢰받는 국가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리더십은 단순한 경제력이나 군사력의 결과가 아니다. 이번 회담은 ‘문화적 품격’과 ‘기술적 역량’이 결합될 때 한 나라가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전 세계에 입증했다. 시의 언어로 시작된 대화가 기술과 협력의 약속으로 이어진 것이다. 교육적으로도 이번 APEC은 매우 의미가 깊다.
 

지도자와 청년 세대가 배워야 할 교훈은 분명하다.
 

첫째, 리더십은 언어의 품격에서 시작된다.
시 한 구절, 한 문장의 인용이 상대의 문화를 존중하고 마음의 문을 연다.

 

둘째, 진정한 국력은 문화와 기술이 균형을 이룰 때 완성된다.
과학만으로는 인간의 마음을 얻을 수 없고, 문화만으로는 산업의 미래를 열 수 없다. 

 

셋째, 국제사회의 주인공은 스스로를 작게 여기지 않는 나라라는 사실이다. 한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이제 우리는 세계를 따라가는 나라가 아니라, 이끄는 나라”임을 보여주었다.

 

APEC 경주는 단순한 외교행사가 아니라, 시와 기술이 만나고, 문화와 협력이 조화를 이룬 하나의 ‘문명적 사건’이었다. 한 줄의 시로 시작해, 수십 조의 협력과 수십 년의 미래로 이어진 이번 회담은 한국이 세계 무대의 ‘조용한 중심’에서 ‘분명한 리더’로 전환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