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비즈니스타임즈 안병철 기자 |
최치원의 ‘인백기천’…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
“인백기천(人白其天)” — 사람은 자신의 하늘을 하얗게 비워야 한다.
최치원이 남긴 이 짧은 한마디는, 1,200년의 세월을 건너 오늘날에도 여전히 묵직한 울림을 준다. 본래 뜻은 ‘사람이 타고난 천성을 깨끗이 비워 본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유교적 수양론의 맥락이지만, 경쟁이 치열한 현대사회에서는 자신을 비우고 묵묵히 정진하며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가라는 뜻으로 읽힌다.
옆 도장보다 ‘조금 더’의 마음가짐
요즘 태권도장, 학원, 헬스장 등 체육교육 업계는 저출산·경쟁·경제난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옆 도장보다 이겨야 한다’는 마음은 자연스럽지만, ‘옆 도장보다 조금 더 꾸준히, 조금 더 진심으로’라는 마음이 더 오래 간다.
인백기천은 타인과의 경쟁보다 자신과의 싸움을 강조한다. 남을 이기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매일의 수련·지도·운영에 한 걸음 더 다가설 때, 그것이 결국 더 큰 차이를 만든다.
‘비움’이 곧 ‘채움’이 되는 시대
끊임없는 비교와 과시가 만연한 시대에, ‘비움’은 오히려 경쟁력이다. 지도자의 욕심이 비워질수록 아이들의 웃음과 성장이 채워지고, 경영자의 자존심이 비워질수록 도장은 부모의 신뢰로 채워진다. 인백기천은 화려한 승부의 언어가 아닌, 조용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뿌리의 언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전략이 아니라, 더 깊은 진심일지도 모른다.
다시 읽는 인백기천
최치원은 당나라에서 과거에 급제한 천재였지만, 귀국 후 신라 말기의 혼란 속에서 뜻을 펼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권력보다 학문과 도(道)에 집중하며 후대에 수많은 글을 남겼다. 그의 삶은 말해준다.
“진정한 경쟁력은 남보다 앞서는 데 있지 않고, 나를 닦는 데 있다.”
무도비즈니스타임즈 논설위원
오늘도 옆 도장보다 ‘조금 더 진심’으로. 그것이 곧 인백기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