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비즈니스타임즈 안병철 기자 |
[기획] 왜 태권도장·무술단체에 ‘인성교육’이 필요한가
기술을 넘어 품격으로 — 수련의 바닥에 깔아야 할 두 번째 힘
아이들은 도장에서 발차기와 호신술,줄넘기 등을 배웁니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오래 가지 않습니다. 자신을 이기고 상대를 존중하며 공동체 속에서 책임 있게 행동하는 힘, 곧 인성이 뒷받침될 때 무술은 비로소 교육이 됩니다. 학교와 가정만으로는 채우기 어려운 이 공백을, 무술단체가 왜 그리고 어떻게 메워야 하는지 짚어봅니다.
인성교육, 무엇을 말하는가
인성교육은 추상적 칭찬이 아닙니다. 습관화된 가치와 사회정서역량을 몸에 새기는 과정입니다. 핵심 요소는 대개 다음 범주로 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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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존중, 성실, 책임, 용기,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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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 자기조절, 공감, 의사소통, 문제해결, 회복탄력성
핵심은 “안다 → 한다 → 된다”의 단계성입니다. 지식 전달에서 끝나지 않고, 반복적 행동과 성찰을 통해 태도와 습관으로 굳어져야 합니다.
왜 ‘무술’에서 해야 하는가 — 몸으로 배우는 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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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화(embodiment): 예의·절제·배려가 인사, 줄서기, 대련 매너, 도복 정리 같은 구체적 동작과 연결됩니다. 생각이 곧바로 행동으로 번역되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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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과 루틴: 수련은 구조화된 반복입니다. 작은 규칙을 꾸준히 지키는 경험이 자기조절을 길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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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실패 경험: 겨루기와 승·패 경험은 좌절을 다루는 법, 곧 회복탄력성을 훈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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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링 구조: 사범–수련생, 선배–후배의 수평·수직 관계는 모델링과 피드백이 빠르게 일어나는 현장형 코칭을 가능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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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와 의미: 도장은 나이·학교가 다른 아이들이 ‘같은 도복’으로 만나는 공간입니다. 소속감과 책임을 자연스럽게 학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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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각적 피드백: 품새·기술 수행 결과가 즉시 보이므로, 노력-결과-성찰의 고리가 명확합니다.
왜 ‘지금’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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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주의 분산: 짧은 보상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수련 루틴은 지속 주의력을 길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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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일상화: 온라인·오프라인 갈등을 규칙과 매너로 다루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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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감소·사교육 포화: 기술 중심 경쟁은 금세 모방됩니다. 도장은 가치 중심 차별화로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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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인권 감수성의 상승: 힘을 가르치는 곳일수록 윤리적 기준과 인성의 명시가 필수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까 — 도장 맥락형 설계
1) 수업 내 10분 ‘마이크로 레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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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질문→행동 과제→다짐의 4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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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주제 ‘존중’: “스파링 후 먼저 악수·감사 인사하기”를 그날의 행동 목표로 바로 적용.
2) 수련 장면에 녹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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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퇴관 예절, 장비 점검 자율체크, 대련 전·후 매너, 수업 후 청소 참여 등 일상 동작을 가치와 1:1 매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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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의 피드백 언어는 “잘했어/못했어”가 아니라 **“어떤 행동이 어떤 가치를 보여줬는지”**를 구체화.
3) 가정 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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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행동카드(예: 약속시간 지키기, 가족 돕기, 스크린타임 자율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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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체벌·비교” 대신 관찰·인정·대화로 피드백.
4) 성찰 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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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일지 3문장: 오늘의 행동·배운 점·내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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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회 또래 칭찬 릴레이로 상호 존중 강화.
5) 공동체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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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 1회 지역 봉사(도장 주변 정화, 재능기부 시범). 배운 가치를 도장 밖에서 써보게 합니다.
평가와 기록 — ‘보이는 인성’
인성은 성적표 한 칸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다음처럼 정량+정성을 함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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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량 지표: 지각·결석 건수, 수업 방해·불참여 기록, 과제 이행률, 또래 갈등 중 자기해결 시도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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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기록: 지도자 관찰 메모(상황–행동–결과), 보호자 코멘트, 본인 성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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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 월간 1:1 코칭 5분으로 다음 목표를 공동 설정
자주 나오는 반론에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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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만 잘하면 된다” → 힘은 방향이 있을 때 가치가 됩니다. 다칠 수 있는 기술일수록 절제와 책임을 먼저 가르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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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은 집·학교 몫이다” → 실제 행동이 드러나는 곳은 수련 현장입니다. 학습된 가치를 즉시 시행·교정할 수 있는 장소가 도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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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아깝다” → 10분의 인성 루틴이 수업 집중도·규율을 높여 기술 습득 속도를 오히려 끌어올립니다.
윤리 가이드 — 반드시 지켜야 할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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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모욕 언어 금지, 서열을 이유로 한 심부름·가혹행위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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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성평등 존중, 장애·체형·국적에 대한 차별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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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은 명시·합의·일관 적용, 비밀스러운 ‘관행’ 허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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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연 1회 이상 아동권리·안전교육 이수
운영 체크포인트(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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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 주제 연간 로드맵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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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수업 10분 루틴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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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동작과 가치가 매칭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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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연계 과제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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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평가 루브릭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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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피드백 언어 기준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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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칭찬·리더십 기회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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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별 공동체 실천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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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안전 매뉴얼이 게시·교육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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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1:1 코칭이 운영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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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행동에 대한 회복적 절차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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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학부모와 투명 공유하는가
마무리
무술은 몸을 단련하는 기술이자, 살아갈 태도를 익히는 학교입니다. 도장의 기술이 세상을 바꾸려면, 그 바닥에 품격의 힘이 먼저 깔려야 합니다. 인성교육은 별도의 활동이 아니라, 수련의 방식 그 자체여야 합니다. 오늘 도장에서의 한 번의 인사, 한 번의 약속 이행, 한 번의 배려가 내일의 강함을 정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