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비즈니스타임즈 안병철 기자 |
저출산과 경기 침체, 인건비 상승, 시설 과잉 경쟁.
최근 몇 년 사이 무술도장과 태권도장의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여기에 온라인 콘텐츠 확산과 AI 기반 교육 시스템의 등장까지 더해지며, 전통적인 도장 운영 방식은 근본적인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박병호 관장이 펴낸 에세이 《특공무술 관장의 삶》은 단순한 개인 기록을 넘어, 현장 지도자들에게 하나의 참고서가 될 수 있는 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은 기술 교본이 아니다. 대신 수십 년간 도장을 운영하며 아이들과 호흡해 온 한 지도자의 경험과 고민, 그리고 교육 철학을 담담하게 풀어낸 기록이다.
■ 화려함 대신 ‘현실’을 말하다
책은 어린 시절 무술과의 첫 만남에서 시작해, 제자들과의 시간, 도장 운영의 어려움, 학부모 상담, 코로나19로 인한 휴관 시기까지 구체적인 현장 경험을 다룬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운영의 현실을 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원이 줄어들던 시절의 불안, 임대료와 운영비 부담, 학부모 기대와 지도자의 책임감, 프로그램 선택의 갈등 등은 많은 무술관장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책은 문제를 극적으로 해결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버텨내는 과정’과 ‘원칙을 지키는 태도’를 강조한다. 한 명의 수련생이라도 소중히 대하는 자세, 도장의 문을 꾸준히 여는 성실함이 결국 신뢰를 만든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 “도장은 작은 사회”라는 관점
저자는 도장을 단순한 체육시설이 아니라 ‘작은 사회’로 정의한다. 인사, 질서, 약속, 책임, 기다림 같은 기본 습관이 곧 수련이며, 이는 아이들의 가정과 학교생활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이는 최근 인성교육과 정서 발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AI가 정보 전달과 기술 분석을 돕는 시대지만, 아이의 표정을 읽고 마음을 기다려주는 역할은 결국 지도자의 몫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책은 “지도자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걷는 사람”이라는 정의를 통해, 무술관장의 역할을 재조명한다.
■ 위기 속에서 찾는 방향성
코로나19 시기 도장이 문을 닫았던 경험은 이 책의 중요한 장면 중 하나다.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며 한 명의 수련생과도 연결을 이어가려 했던 노력은, 교육의 본질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또한 아이들의 성장 사례—자신감이 없던 아이가 리더가 되기까지의 과정, 포기하려던 수련생이 다시 도복을 묶는 순간—은 무술교육의 가치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은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나 운영 노하우를 제시하는 경영서가 아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에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도장을 운영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
■ 교육자와 학부모 모두에게 던지는 메시지
《특공무술 관장의 삶》은 무술관장뿐 아니라 교육자, 학부모에게도 읽힐 만한 책이다. 기술 중심 교육에서 사람 중심 교육으로의 균형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하나의 사례를 제공한다. 저자는 거창한 비전을 내세우지 않는다.
다만 오늘도 도장의 문을 열고 아이들을 맞이하는 태도,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법을 함께 배우는 시간, 그리고 사람을 먼저 보는 선택이 결국 미래를 만든다고 말한다.
무술도장의 현실이 쉽지 않은 시대.
이 책은 그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한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위기 속에서 다시 묻는다. 기술이 아닌 사람을 중심에 두는 교육은 가능한가.
박병호 관장의 에세이는 그 질문에 대해 조용하지만 단단한 답을 건네고 있다. 어려운 이 난세에 우리 도장의 나아갈 길을 이 책에서 얻어가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