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비즈니스타임즈 안병철 기자 |
태권도장은 다시 ‘태권도’를 가르쳐야 한다.
‘낭만태권도’ 유동현 사범과의 인터뷰가 던진 질문!
저출산·경기침체 시대, 도장의 생존 해법을 기본과 성인태권도에서 찾다.
오늘 ‘낭만태권도’라는 브랜드로 자신만의 태권도 철학을 전하고 있는 유동현 사범을 만났다. 발차기와 겨루기, 지도자의 자세와 어려운 도장 현실에 관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적지 않은 울림과 새로운 통찰을 얻었다.
특히 태권도장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태권도의 원류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며, 지도자 자신부터 끊임없이 수련하고 변화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우리 모두가 깊이 고민해볼 만한 메시지였다. 이번 기획기사가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일선 지도자들에게 태권도장의 본질과 미래를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고, 각자의 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인사이트가 되기를 바란다.
태권도장이 어렵다는 말은 이제 새롭지 않다. 저출산으로 어린이 인구는 빠르게 줄고 있으며,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과 도장 간 경쟁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때 수백 명의 수련생으로 북적였던 도장들도 이제는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태권도장은 무엇으로 살아남아야 하는가. 새로운 놀이시설을 설치하고 프로그램을 늘리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태권도장이라는 이름을 유지하면서 정작 태권도 수련의 본질은 뒤로 밀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본지는 최근 ‘낭만태권도’라는 브랜드로 SNS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유동현 사범을 만나 태권도 수련과 지도자의 역할, 어려운 도장 현실과 성인태권도의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국가대표태권도시범단 정단원, 대학 교수, 국기원 연구원 등을 거친 유동현 사범은 현재 ‘유사범’이라는 이름으로 발차기와 겨루기 기술을 알리고 있다. 화려한 장면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발차기의 원리와 중심 이동, 스냅과 타격, 상대의 움직임에 따른 대응법 등 태권도의 기본을 꾸준히 설명한다.
그와의 대화를 관통한 핵심은 분명했다. 바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종주국 태권도장부터 태권도다워야 한다.
대한민국은 태권도 종주국이다.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외국인이 태권도를 배우고 있으며, 태권도를 수련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내 도장에서는 태권도 자체보다 줄넘기, 놀이체육, 돌봄과 차량 운행이 도장의 경쟁력으로 평가되는 모순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시대의 변화에 맞춰 다양한 교육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필요하다. 어린이의 발달과 학부모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도 도장 운영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태권도장이 모든 것을 제공하려다 정작 태권도다운 전문성을 잃는다면 장기적으로 다른 교육시설과 구별될 이유도 사라진다.
태권도장의 가장 강력한 차별점은 결국 태권도다.
기본동작과 발차기, 품새와 겨루기, 호신술과 체력훈련, 예절과 인내를 제대로 가르치는 곳이어야 한다. 도장에 들어온 수련생이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달라지고 기술이 향상되며,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과거의 훈련방식을 그대로 되풀이하자는 뜻이 아니다. 태권도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현대인이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수련체계를 다시 설계하자는 의미다.
‘낭만태권도’가 말하는 낭만
‘낭만태권도’라는 이름에는 단순한 감성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어린 시절 도복을 입었던 기억, 땀을 흘리며 발차기를 반복했던 시간, 승급과 승단을 준비하며 자신과 싸웠던 경험, 성인이 된 뒤 다시 도복을 입었을 때의 설렘이 모두 태권도의 낭만이다.
유동현 사범이 SNS를 통해 보여주는 것도 이러한 수련의 가치다. 빠르게 소비되는 영상 속에서도 기본자세와 발차기의 원리를 설명하고, 지도자인 자신부터 계속 수련하며 몸으로 보여준다.
태권도는 한 번 배워 끝나는 운동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의 신체에 맞게 수련할 수 있으며, 수련 과정에서 새로운 목표를 만들 수 있는 평생무도다. ‘낭만태권도’는 잊고 있던 태권도의 매력을 오늘의 언어와 콘텐츠로 다시 전달하려는 시도다.
성인태권도, 도장 위기의 현실적인 대안!
국내 태권도장은 오랫동안 어린이 수련생 중심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어린이 인구가 지속해서 감소하는 상황에서 기존 운영방식만을 고수하는 것은 위험하다. 태권도가 다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린이 시장을 넘어 청소년과 대학생, 직장인, 중장년층까지 수련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그 대안 중 하나가 성인태권도다.
성인들은 단순한 놀이 프로그램을 원하지 않는다. 운동을 통해 체력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면서도 자신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있다는 성취감을 얻고 싶어 한다. 발차기와 품새, 겨루기, 미트훈련, 호신술처럼 태권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분명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하지만 간판에 ‘성인태권도’를 적는다고 성인 수련생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성인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려면 지도자가 먼저 기본을 갖춰야 한다.
지도자가 정확한 동작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고, 발차기의 원리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수련생의 연령과 신체 조건에 따라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성인 수련생이 질문했을 때 경험과 이론을 바탕으로 답할 수 있는 전문성도 필요하다.
결국 성인태권도의 성공은 시설보다 지도자의 실력에 달려 있다.
앞으로 살아남는 지도자는 무엇이 다른가?
어려운 도장 현실 속에서 살아남는 지도자는 단순히 수련생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만의 전문성을 만들고 이를 교육과 콘텐츠, 브랜드로 확장할 수 있는 지도자다.
첫째, 지도자 자신이 계속 수련해야 한다. 과거의 선수 경력이나 단증만으로 지도자의 전문성이 영원히 유지되지는 않는다. 수련생 앞에서 직접 보여주고 함께 땀 흘릴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기본을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잘하는 것과 다른 사람을 잘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 기술을 단계별로 나누고 수련생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셋째,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만들어야 한다. 발차기, 품새, 겨루기, 호신술, 성인수련, 외국인 체험 등 지도자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깊이 있게 발전시켜야 한다.
넷째, 도장 밖에서도 소통해야 한다. 이제 SNS와 유튜브는 단순한 홍보수단이 아니다. 지도자의 철학과 실력을 보여주고, 태권도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는 또 하나의 교육공간이다.
유동현 사범이 ‘낭만태권도’와 ‘유사범’이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발차기라는 분명한 전문 분야를 중심으로 자신의 수련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지도자 개인의 전문성을 하나의 브랜드로 발전시키고 있다.
어린이도장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확장돼야 한다.
성인태권도를 강조한다고 해서 어린이 교육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앞으로의 태권도장은 어린이만 다니는 학원에서 가족과 지역주민이 함께 수련하는 평생교육 공간으로 확장돼야 한다.
낮에는 유아와 어린이, 저녁에는 청소년과 성인, 주말에는 가족수련과 전문 세미나가 열리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어린이 수련생의 부모가 성인반에 참여하고, 과거 태권도를 배웠던 주민이 다시 도복을 입는 문화가 형성된다면 도장은 지역사회의 무도교육센터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프로그램의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태권도 수련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 먼저다. 초보 성인을 위한 입문과정, 단계별 발차기 수업, 기초 품새와 미트훈련, 안전한 겨루기와 호신술 등 누구나 부담 없이 시작하고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태권도 종주국의 도장이 먼저 살아나야 한다.
해외에서는 성인과 가족이 함께 태권도를 수련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태권도가 어린이 교육을 넘어 무도와 스포츠, 건강관리와 문화체험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세계화된 태권도가 지속해서 성장하려면 그 뿌리인 대한민국의 도장이 먼저 건강해야 한다. 종주국의 도장이 태권도의 원류와 기본을 제대로 가르치고, 지도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어야 해외에 전하는 태권도의 가치도 힘을 얻는다.
지금 태권도장에 필요한 것은 무조건 새로운 것을 추가하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었지만 어느 순간 뒤로 미뤄두었던 태권도의 기본을 다시 꺼내는 일일 수 있다.
발차기를 제대로 가르치고, 품새와 겨루기의 의미를 설명하며, 지도자가 수련생과 함께 성장하는 도장.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도 다시 도복을 입고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도장. 그것이 저출산과 불황의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태권도장의 모습이다.
유동현 사범과의 인터뷰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인사이트는 거창한 경영기법이 아니었다.
태권도장이 살아남으려면 다시 태권도다워져야 한다는 것.
‘낭만태권도’가 보여주는 수련의 낭만은 과거를 그리워하는 감상이 아니다. 기본을 지키는 지도자, 계속 수련하는 지도자, 자신만의 전문성을 세상과 나누는 지도자가 만들어가는 태권도의 미래다.
이제 태권도장은 다시 태권도를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태권도 종주국 대한민국의 도장부터 더 잘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