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비즈니스타임즈 안병철 기자 |
최근 한 태권도장에서 수련하던 어린이가 이른바 ‘다리 찢기’ 과정에서 대퇴골이 골절되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태권도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경기 용인의 한 태권도장 관장은 지난 6월 18일 만 7세 수련생의 두 다리를 붙잡아 좌우로 벌린 뒤 체중을 실어 강하게 누른 혐의로 피소됐다. 해당 어린이는 대퇴골 골절로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었으며, 사고가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난 시점에도 제대로 걷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아동의 부모가 태권도장 CCTV를 확인한 뒤 고소장을 제출했고, 경기남부경찰청은 해당 관장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법적 책임은 향후 경찰 수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밝혀져야 한다. SBS 보도
이번 사건은 한 지도자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태권도장 현장에서 오랫동안 관행처럼 이어져 온 강압적인 유연성 훈련과 지도자의 안전 인식 전반을 돌아보게 하는 엄중한 경고다.
“조금만 더 참아”가 위험한 이유!
과거 일부 무도 현장에서는 지도자가 수련생의 몸을 누르거나 밀어 유연성을 높이는 방식이 흔히 사용됐다. 아이가 아프다고 말해도 “원래 다리 찢기는 아픈 것”, “참아야 실력이 는다”는 말로 훈련을 계속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어린 수련생의 고통과 거부 반응은 나약함이나 집중력 부족이 아니다. 몸이 보내는 분명한 위험 신호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는 개인마다 뼈와 관절, 근육의 발달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아이가 울거나 몸을 비틀고, 손으로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내거나 반복적으로 통증을 호소한다면 지도자는 즉시 동작을 중단하고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지도자가 체중을 싣거나 강제로 관절의 가동 범위를 넓히는 방식은 교육이 아니라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행동이다.
유연성은 강제로 만드는 결과가 아니다.
태권도에서 유연성은 발차기와 자세 향상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신체 요소다. 그러나 유연성은 한 번의 강한 압박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준비운동과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서서히 발달해야 한다.
수련생이 스스로 움직임의 범위를 조절하고, 지도자는 자세와 호흡을 안내하며 조금씩 향상하도록 도와야 한다. 다른 수련생과 다리가 벌어지는 각도를 비교하거나 승급·승품 심사를 이유로 단기간에 결과를 만들어 내려는 지도도 경계해야 한다.
태권도의 목적은 어린이의 몸을 억지로 특정 자세에 맞추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안전하게 사용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데 있다.
훈육이라는 말로 정당화할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관장은 피해 아동 부모에게 승단 심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집중하지 않아 훈육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수련 태도가 좋지 않다는 이유와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행동은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집중하지 않는 아이를 지도해야 한다면 대화와 설명, 휴식, 단계적인 참여 유도와 같은 교육적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훈육은 아이를 바르게 성장시키기 위한 교육이어야 한다. 지도자의 감정이나 권위를 앞세워 아이의 몸을 제압하는 순간, 그것은 교육의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 “수련을 위한 행동이었다”거나 “아이를 잘되게 하려 했다”는 의도만으로 위험한 지도 방식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태권도장이 즉시 점검해야 할 안전 원칙
모든 태권도장은 이번 사건을 남의 일로 바라보지 말고 수업 방식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 지도자가 체중을 실어 수련생의 몸을 강제로 누르지 않는다.
- 통증과 거부 의사를 표현하면 즉시 동작을 중단한다.
- 연령과 발달 단계, 개인의 유연성 차이를 고려한다.
- 충분한 준비운동 후 수련생 스스로 조절하는 스트레칭을 실시한다.
- 보조가 필요할 때는 사전에 방법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한다.
- 수련 중 부상이 의심되면 즉시 보호자에게 알리고 필요한 조치를 한다.
- 사범과 보조 지도자를 대상으로 아동인권·응급처치·안전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 CCTV가 있다는 사실에 의존하지 말고 안전을 중심으로 수업 문화를 바꾼다.
한 번의 잘못된 지도가 태권도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대다수 태권도 지도자는 아이들의 안전과 성장을 위해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도장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사건이 성실하게 교육하는 전체 태권도장의 신뢰까지 훼손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개인의 일탈로 선을 긋는 데 그치지 않고, 태권도계 스스로 지도 관행을 점검하고 구체적인 안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협회와 교육기관도 아동 발달, 신체 접촉, 스트레칭 보조, 부상 대응 및 아동학대 예방을 지도자 교육의 필수 영역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좋은 지도자는 아이를 억지로 참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아이의 표정과 몸짓, 작은 신호를 먼저 알아차리고 멈출 줄 아는 사람이다.
태권도가 가르쳐야 할 인내는 고통을 무조건 견디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몸을 존중하고, 타인의 한계를 배려하며 안전하게 성장하는 힘이다.

유연성보다 안전이 먼저이고, 승품심사보다 아이의 건강이 먼저다. 지도자의 성과보다 수련생의 존엄이 먼저다.
이번 사건이 모든 태권도 지도자에게 자신의 수업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아이가 안심하고 도복을 입을 수 있는 도장, 부모가 믿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도장을 만드는 것이 지금 태권도계가 되찾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