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비즈니스타임즈 안병철 기자 |
“관장님의 이타카는 어디입니까?”…영화 《오디세이》가 태권도장 경영에 던지는 질문
크리스토퍼 놀란의 새로운 대작으로 다시 주목받는 3천 년 전 이야기…변화와 위기의 시대, 태권도 지도자가 오디세우스의 항해에서 배워야 할 경영의 지혜
요즘 영화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 가운데 하나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The Odyssey)》다. 《다크 나이트》,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오펜하이머》 등을 통해 자신만의 영화세계를 만들어 온 세계적인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이 선택한 차기 대작이라는 점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맷 데이먼을 비롯한 유명 배우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영화팬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번 작품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IMAX 영화 기술을 적극 활용해 고대 그리스의 광대한 바다와 전쟁, 항해와 모험의 세계를 거대한 스크린 위에 구현한다는 점이다.

오디세우스가 거친 바다를 항해하고, 인간의 힘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존재들과 맞서며, 수많은 위기와 유혹을 통과하는 장면들이 놀란 감독 특유의 스케일과 영상미를 통해 어떻게 표현될 것인지가 큰 관심사다.
그래서 《오디세이》는 개봉 전부터 단순한 영화 한 편을 넘어 “극장에서, 특히 IMAX로 경험해야 할 영화”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런데 필자가 이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화려한 배우나 거대한 제작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원작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이야기를 다시 들여다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가 어쩌면 지금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관장들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지 않은가?’ 약 3천 년 전 만들어진 이야기가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는 도전과 실패, 유혹과 선택, 기다림과 성장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하루하루 자신의 도장을 지켜가는 태권도 관장들의 삶과도 묘하게 겹친다.
전쟁 10년, 귀향 10년…오디세우스의 긴 항해
《오디세이아》의 주인공 오디세우스는 그리스 이타카의 왕이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 페넬로페와 어린 아들 텔레마코스를 두고 트로이 전쟁에 참가한다. 전쟁은 무려 10년 동안 계속된다. 마침내 전쟁이 끝났다.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오디세우스의 진짜 이야기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데 다시 10년이 걸린다.
결국 그는 고향을 떠난 지 약 20년 만에 가족에게 돌아간다. 태권도장도 비슷하지 않을까. 처음 도장을 열었을 때 많은 관장들은 꿈이 있었다.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는 도장을 만들겠다.” “태권도를 통해 사람을 변화시키겠다.”
“우리 동네에서 인정받는 좋은 지도자가 되겠다.”
그러나 막상 도장의 문을 열고 현실의 항해가 시작되면 전혀 다른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수련생 모집과 퇴관, 임대료, 인건비, 차량 운행, 학부모 상담, 사범 관리, 주변 도장과의 경쟁, 저출산, 경기 침체….
어느 순간 태권도를 가르치는 시간보다 도장을 유지하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기도 한다. 관장들도 각자의 배를 타고 자신만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포세이돈’은 존재한다
오디세우스는 항해 과정에서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와 맞닥뜨린다. 그는 단순히 힘으로 상대하지 않는다.
지혜와 판단력을 이용해 위기를 탈출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분노를 사게 되고 이후 그의 귀향길에는 끊임없는 풍랑과 시련이 찾아온다.
도장경영에도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포세이돈’이 존재한다. 저출산을 한 명의 관장이 해결할 수는 없다.
지역의 학령인구 감소도 막을 수 없다. 임대료 상승과 경기 침체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옆 건물에 새로운 경쟁 도장이 들어오는 것도 막기 어렵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바다를 멈추려고 할 것이 아니라 바다를 건너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환경을 원망한다고 환경이 바뀌지는 않는다. 오디세우스에게 필요했던 것이 더 큰 힘만이 아니라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하는 지혜였듯이 오늘날 관장에게도 경영의 지혜가 필요하다. 교육 프로그램을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우리 도장의 교육철학을 학부모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기존 수련생이 오래 머물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역사회와 어떤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가. 태권도를 중심으로 어떤 새로운 교육적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끊임없이 답을 찾아야 한다.
도장경영에도 ‘세이렌의 노래’가 있다
《오디세이아》에는 세이렌이라는 존재가 등장한다. 아름다운 노래로 항해자들을 유혹해 항로를 잃게 만드는 존재다. 오늘날 도장경영에도 수많은 세이렌의 노래가 있다. “이 프로그램을 하면 수련생이 늘어난다.” “이 시설을 설치하면 아이들이 몰려온다.” “요즘은 무조건 이것을 해야 한다.” “이 마케팅만 하면 매출이 두 배가 된다.”
유행하는 프로그램이 등장할 때마다 관장들의 마음은 흔들린다.
물론 변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변화와 표류는 다르다. 옆 도장이 줄넘기를 한다고 우리도 하고, 축구를 한다고 축구를 하고, 어떤 프로그램이 유행한다고 그대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 도장이 무엇을 가르치는 곳인지 설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전에 먼저 질문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 도장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맞는가?”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모두 우리 도장에 필요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경영이다.
오디세우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힘이 아니었다 오디세우스가 수많은 그리스 영웅 가운데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압도적인 힘이 아니었다. 지혜와 판단력, 인내 그리고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이었다. 오늘날 태권도 지도자에게도 바로 이러한 능력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좋은 위치에 도장을 열고 열심히 지도하면 어느 정도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관장은 교육자이면서 동시에 경영자가 되어야 한다. 아이를 지도하는 방법도 공부해야 하지만 학부모와 소통하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지역시장을 분석해야 하고 홍보와 콘텐츠를 이해해야 한다. 사범과 직원을 관리해야 하고 새로운 사업모델도 고민해야 한다. 결국 이제는 태권도를 잘하는 관장을 넘어 변화에 대응할 줄 아는 관장이 필요한 시대다.
도장은 결국 ‘사람’이 남아야 한다
오디세우스는 많은 동료들과 함께 고향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긴 항해 과정에서 한 명씩 동료를 잃는다. 마지막에는 결국 혼자 남게 된다. 이 대목 역시 도장경영에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 도장은 관장 혼자 만드는 곳이 아니다.
사범과 직원, 수련생과 학부모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작은 공동체다. 매출과 숫자만 바라보다 사람을 잃기 시작하면 결국 관장 혼자 남는다. 특히 좋은 사범 한 명의 가치는 크다. 사범을 단순히 월급을 받는 직원으로 볼 것인지, 함께 도장의 미래를 만들어갈 지도자로 성장시킬 것인지에 따라 조직의 미래도 달라진다.
수련생 역시 숫자가 아니다.
한 명의 아이가 5년, 7년, 10년 동안 도장을 다니며 성장하는 것은 그 자체가 도장의 역사다. 좋은 경영은 사람을 많이 모으는 기술만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이 오래 함께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페넬로페가 보여주는 ‘신뢰의 경영’
오디세우스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자 사람들은 그가 죽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구혼자가 그의 왕궁을 차지하고 아내 페넬로페에게 재혼을 요구한다. 그러나 페넬로페는 기다린다. 《오디세이아》에서 페넬로페가 보여주는 것은 기다림을 넘어선 신뢰와 일관성이다. 도장경영에서도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화려한 광고 한 번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약속한 시간에 차량이 도착하는 것.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부모에게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 아이들을 지도하는 기준이 일관된 것. 관장이 이야기한 교육철학이 실제 수업에서도 지켜지는 것. 이런 작은 약속이 1년, 3년, 5년 쌓이면서 부모들은 말한다. “저 도장은 믿을 수 있어.” 도장경영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는 어쩌면 화려한 간판이 아니라 신뢰다. 텔레마코스의 성장이 바로 태권도 교육이다
오디세우스가 고향을 떠날 때 아들 텔레마코스는 어린아이였다. 하지만 아버지가 없는 긴 시간을 지나면서 그는 한 사람의 성인으로 성장한다. 이 부분은 태권도 교육과 매우 닮아 있다. 7살에 처음 도장에 들어온 아이가 있다.
처음에는 신발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다. 인사도 작게 하고 운동하다 힘들면 울기도 한다. 그러던 아이가 노란띠가 되고 빨간띠가 되고 품띠를 맨다. 초등학생이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된다. 어느 날 관장보다 키가 커져 있다.
그리고 몇 년 뒤 도장을 다시 찾아와 이야기한다.
“관장님, 저 대학에 합격했어요.” “관장님, 군대 다녀왔습니다.” “저 취업했습니다.” 이것이 태권도 교육이 가진 특별함이다. 도장의 진짜 성과는 이번 달 수련생 숫자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한 사람의 성장과정을 얼마나 오랫동안 함께했는가. 그것 역시 태권도장이 만들어내는 중요한 가치다.
그렇다면 관장님의 ‘이타카’는 어디인가
수많은 고난과 유혹에도 오디세우스가 포기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다.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곳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다. 그래서 《오디세이아》의 진짜 주제는 어쩌면 모험이나 전쟁이 아니다. ‘귀환’이다. 그렇다면 우리 관장들에게도 질문을 하나 던져보고 싶다. “관장님의 이타카는 어디입니까?”
처음 태권도장을 시작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좋은 지도자가 되고 싶어서였는가.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였는가.
태권도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가고 싶어서였는가. 10년, 20년 도장을 운영하다 보면 처음 출발했던 이유를 잊기 쉽다. 수련생 숫자, 매출, 경쟁, 민원, 임대료와 인건비를 해결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하루를 버티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기도 한다. 그럴수록 다시 한번 자신의 ‘이타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태권도장 경영 역시 긴 항해다
도장경영에는 언제나 파도가 있다. 어떤 해에는 수련생이 크게 늘고 어떤 해에는 이유 없이 줄기도 한다.
좋은 사범을 만나기도 하고 믿었던 사람이 떠나기도 한다. 큰 기회가 찾아오기도 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가 찾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경영은 단거리 달리기보다 긴 항해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풍랑을 만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풍랑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것이다. 오디세우스가 수많은 실패와 상실을 경험하고도 결국 이타카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은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수없이 흔들리면서도 자신이 돌아가야 할 곳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전국의 수많은 태권도 관장들은 각자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저출산이라는 파도가 있고 경기침체라는 폭풍이 있다. 경쟁이라는 암초가 있고 시대 변화라는 거센 바람도 불고 있다. 좋은 지도자는 바다가 잔잔해지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다. 변화하는 바다를 읽고, 필요하면 배를 고치고, 새로운 항해법을 배우면서도 자신이 가야 할 방향만큼은 잃지 않는 사람이다.
그리고 언젠가 한 아이가 성장해 다시 도장을 찾아와 이렇게 말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관장님, 어릴 때 여기서 태권도를 배워서 참 좋았습니다.” 어쩌면 그 한마디가 우리가 그토록 오랜 시간 항해하며 찾고 있었던 태권도장의 ‘이타카’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