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비즈니스타임즈 안병철 기자 |
태권도계에는 화려한 성과로 주목받는 지도자들이 많다. 그러나 김태곤은 늘 다른 자리에서 빛나왔다. 그는 앞에 서서 외치기보다 구조를 만들고, 사람을 살리는 방식으로 태권도의 가치를 확장해 온 인물이다.
현장을 아는 지도자이자 학문을 갖춘 교육자, 그리고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돕는 조력자. 김태곤이라는 이름이 태권도계에서 ‘신뢰’로 통하는 이유다.

현재 가천대학교 체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태곤 교수는 태권도를 단순한 경기 종목이나 도장 산업으로 보지 않는다. 그에게 태권도는 사람을 사회로 연결하는 교육 도구이며, 아이들의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성장의 언어다. 이러한 관점은 그가 걸어온 모든 지도 궤적에 일관되게 녹아 있다.
김태곤은 이론에 앞서 현장에서 검증된 지도자다. 오랜 시간 태권도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회원 수나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않는 교육 중심 운영을 실천해 왔다. 아이들을 지도할 때도 기술 습득에만 머무르지 않고, 목표 설정, 책임감, 협업 능력, 실패를 대하는 태도 등 사회에 나가 반드시 필요한 역량을 함께 길러 왔다.
그의 교육 철학은 분명하다.
“운동을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키운다.”
수련 과정 하나하나가 곧 사회성 교육이 되도록 설계된 지도 방식은 아이들이 학교와 일상에서도 자신감을 갖고 관계를 맺도록 돕는다. 태권도를 통해 스스로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를 익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공동체 안에서 신뢰받는 구성원으로 성장해 간다.
이러한 현장 경험은 그의 행정 활동에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김 교수는 현재 서울시태권도협회 도장지원운영위원회 간사로 활동하며, 도장 운영의 현실과 행정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구조를 정비하고, 지도자들의 목소리가 제도에 반영되도록 연결하는 일—눈에 잘 띄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기름칠’ 같은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다.
이러한 공로는 2025년, 국기원이 매년 경영 부문에서 전국 단 1명만을 선정해 수여하는 ‘태권도인상(경영 부문)’ 수상으로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이 상은 개인의 성과를 넘어 태권도 교육·운영·공공성을 함께 실천해 온 리더십에 대한 평가였다.


김태곤의 사회적 책임 실천은 도장과 협회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서부지부 청소년 범죄예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상담과 정서적 지지를 이어가고 있다. 태권도 지도자로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진로 상담과 삶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며, 한때 목표를 잃었던 청소년들이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곁을 지켜왔다. 이 공로로 그는 검사장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모든 행보는 ESG 관점에서 더욱 의미를 갖는다. 환경(E)을 고려한 지속 가능한 교육 환경, 사회(S)를 향한 청소년 보호와 지역 기여, 지배구조(G)를 개선하는 현장 중심의 행정 참여. 김태곤은 ESG를 구호로 말하지 않는다. 그는 삶과 실천으로 증명하는 태권도 리더다.
“기질은 타고나지만, 성격은 훈련된다”
김태곤 관장은 지도 철학의 핵심을 ‘기질과 성격의 구분’에서 찾는다.
“사람을 이해할 때 저는 늘 기질과 성격을 함께 봅니다. 기질은 태어날 때부터 부모에게서 물려받는 유전적 성향으로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아무리 존경하는 인물을 닮고 싶어도 타고난 기질 자체를 그대로 바꾸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이 성격입니다. 성격은 살아가면서 어떤 환경을 경험하고, 어떤 훈련을 거치느냐에 따라 충분히 다듬고 보완할 수 있습니다.”
그는 특히 성장기 아이들에게 ‘훈련된 성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이들은 각자 다른 기질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어떤 아이는 자기조절력이 약하고, 어떤 아이는 또래와 어울리는 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이는 잘못이 아니라 아직 경험과 훈련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런 상태가 방치될 때입니다. 성장 과정에서 성격을 다듬어 주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자기조절력 부족이나 관계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태권도 도장을 단순한 운동 공간을 넘어 성격과 사회성을 함께 기르는 교육의 장으로 정의한다.
“태권도 도장은 아이들이 목표를 배우는 곳입니다. 유급자에서 1품, 2품, 3품으로 이어지는 단계는 급수·품의 상승이 아니라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꾸준히 노력하며, 기다림과 인내를 배우는 과정입니다. 이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자유’가 아니라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는 자율성’을 몸으로 익힙니다.”

또래 관계 속 공동체 경험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요즘 아이들은 개인화된 환경에 익숙해 혼자 하는 활동에는 강하지만, 함께 목표를 향해 협력하는 경험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도장 수련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고, 아이들의 연대감을 높일 실천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김 관장은 2023년부터 생활체육 중심의 피구대회와 줄넘기 대회를 직접 기획·개최하고 있다.
“피구와 줄넘기는 태권도와 다른 종목이지만, 팀을 이루고 규칙을 지키며 서로를 배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교육적입니다. 승패를 떠나 함께 준비하고, 함께 도전하고, 함께 마무리하는 과정 자체가 아이들에게 큰 배움이 됩니다.”
이러한 활동은 아이들의 태도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대회에 참여했던 아이들은 도장 안에서도 달라집니다. 동료를 대하는 태도가 부드러워지고, 스스로 맡은 역할에 책임감을 갖게 됩니다. 타고난 기질로 자율성과 연대감이 부족해 보이던 아이들도 반복적인 공동체 경험을 통해 분명한 성장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김 관장은 오늘날 아이들에게 운동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한다. “운동은 단순히 몸을 단련하는 활동이 아닙니다. 특히 태권도와 생활체육은 아이들이 몸을 통해 마음을 단련하고, 관계 속에서 자신을 배우는 교육입니다. 저는 태권도 도장과 다양한 생활체육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기질을 이해하고, 성격을 스스로 보완하며, 사회 속에서 인정받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이것이 제가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입니다.”
그는 말한다. .
“태권도는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힘을 기르는 과정입니다.”
강단에서, 도장에서, 행정의 뒤편에서, 그리고 사회의 그늘진 자리에서—김태곤은 오늘도 조용히 태권도의 본질을 확장하고 있다. 그가 키워 온 것은 메달이 아니라 사람이며, 그가 만들어 온 것은 성과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태권도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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